'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은 이전에 없던 성공을 거두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다. 사회적 메시지, 시각적 스토리텔링, 그리고 뛰어난 연기로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그 외에도 중요한 요소인 정교한 음향 디자인도 주목받을 만하다. <기생충>의 세심하게 설계된 음향 디자인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상징성을 강화하며, 영화의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전략적 음향 활용은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 섬세한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통한 긴장감 조성
<기생충>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음향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음악적 신호나 갑작스러운 자극에 의존하는 대신, 음향 감독 '최태영'은 미묘한 음향 요소를 통해 불안을 느껴지게 했다. 예를 들어, 박 사장 가족의 호화로운 집에서는 전자제품의 은은한 소음, 멀리서 들리는 발소리,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와 같은 섬세한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요소들은 특히 위험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때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고요함을 강조한다.
박 사장 가족이 예상치 못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는 기택네 가족이 급히 몸을 숨기면서 들리는 바닥의 삐걱거리는 소리, 조용한 속삭임, 억눌린 숨소리까지 강조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소리의 세밀한 표현은 불안감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등장인물의 절박함에 몰입시킨다. 이렇게 소리를 활용해 긴장감과 위태로움을 강조함으로써 <기생충>은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기생충에서 음향은 강력한 서사적 도구로도 작용하며 계급 차이와 사회적 격차라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한다. 기택네 가족이 사는 비좁은 반지하 집은 자동차 경적, 이웃들의 고함, 빗물이 새어 들어오는 소리로 가득 차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박 사장 가족의 집은 거의 소음이 없는 고요하고 통제된 공간으로, 부유한 생활을 상징한다.
특히 폭우가 쏟아지는 장면은 음향 중심의 상징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기택네 가족이 비에 젖은 골목을 질주하는 동안 빗물이 넘쳐흐르는 소리, 물에 잠긴 골목에서 첨벙거리는 발소리,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혼란스럽게 뒤섞이며 그들의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같은 폭우를 바라보는 박 사장 가족은 '좋은 날씨'라며 여유롭게 즐긴다. 이처럼 의도적인 음향 설계는 빈부 격차를 더욱 강렬하게 부각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2. 캐릭터 관계 강화를 위한 음향 기법
<기생충>에서는 음향을 통해 캐릭터의 관계를 정의하고 중요한 순간을 암시하는 기법도 돋보인다. 특히 영화 속 각 가족은 사회적 지위와 성격을 반영하는 독특한 음향 모티프(motif)를 가지고 있다. 박 사장 가족의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나 최소한의 소리가 들리며 그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강조한다. 반면 기택네 가족의 환경은 혼란스러운 소리로 가득 차 있어 그들의 불안정한 삶을 상징한다.
지하실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은 음향의 서사적 힘을 보여주는 결정적 순간이다. 숨겨진 문에서 울려 퍼지는 낮고 울리는 소리는 불길하면서도 은은하게 어둠 속의 비밀을 암시한다. 또한, 지하실에 숨어 있던 '근세'의 존재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음향 모티프(묵직한 발소리, 아래에서 들려오는 웅얼거림, 희미한 금속 소리)를 통해 그의 불안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렇게 정교하게 설계된 음향 신호는 캐릭터의 깊이를 더하고 주요 전개를 암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결론
<기생충>의 흥행은 기술적 완성도와 스토리텔링을 조화롭게 결합한 봉준호 감독의 능력을 보여준다. 영화의 음향 디자인은 감정적 깊이, 주제의 공감도, 그리고 서사의 긴장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세밀하게 설계된 사운드스케이프, 상징적인 음향 대조, 그리고 정교하게 통합된 캐릭터 모티프를 통해 <기생충>은 전 세계 관객에게 잊지 못할 오감의 경험을 선사한다. 음향 감독, 영화 제작자, 그리고 영화 애호가 모두에게 <기생충>은 음향이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영화적 경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