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 '검은 수녀들'이 개봉해 2015년에 개봉했던 '검은 사제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검은 사제들'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사바하',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데뷔작이며, 그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인 단편 영화 '12번째 보조 사제'가 원작이다.
'검은 사제들' 줄거리
12형상이라는 악마 중 하나가 한국에서 발견되어 교황청의 이탈리아 사제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온다. 사제들은 퇴마에 성공하고 지옥으로 보내기 위해 차로 이동하던 중 악마의 방해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그리고 돼지 속에 갇혀있던 악마는 사고를 당한 여고생 영신에게 들어간다.
반복되는 돌발 행동으로 교회의 눈 밖에 난 김범신(베드로)은 가톨릭 평신도인 영신에게 악마가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교에게 구마 의식에 대한 비공식적인 허가를 받아낸다. 그러나 의식 중에 영신이 창밖으로 뛰어내려 혼수상태에 빠진다. 악마가 숙주를 죽이고 다른 남자에게 부마 하려 한 것이다.
그 후 김범신은 몇 달 동안 구마를 했으나 실패한다. 그 과정에서 11명의 보조 사제와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수사는 김범신과 함께하다 모두 관둔다. 김범신은 새로운 보조 사제를 찾기 위해 신학교까지 찾아가 학장 신부에게 부탁한다. 김범신이 필요로 하는 사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학생은 골칫덩어리 최준호(아가토)였다. 최준호는 어렸을 적 여동생이 맹견에게 물려 목숨을 잃을 때 도와주지 못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방학 동안 합창 연습에서 빠진다는 조건으로 김범신을 돕기로 한다. 그리고 학장 신부는 최준호에게 김범신을 도와주는 동시에 감시하고 촬영해 오라고 지시한다. 김범신은 최준호를 처음 만나, 악마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준비시키기 위해 은근히 비꼬며 최준호를 파악하고 훈련한다. 최준호는 이에 순순히 지지 않고 넉살 좋게 받아치면서 둘은 티격태격 한다.
구마 의식이 모두 준비되자 김범신과 최준호는 영신의 집으로 간다. 영신의 집에서는 무당들이 굿을 하고 있었는데 악마의 힘에 이기지 못하고 무당이 하혈까지 하게 되면서 결국 철수한다. 그리고 김범신과 최준호가 구마 의식을 시작한다. 그런데 영신이 아무 미동도 없어 이상함을 느낀 김범신은 최준호가 학장 신부의 지시로 캠코더 촬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다. 악마가 이를 알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캠코더를 끄고 나서야 악마가 영신의 목소리로 얘기한다. 영신인 척 김범신에게 말을 걸지만 무시하고 기도문을 외우자, 목소리가 바뀌며 욕설하기도 한다. 악마는 바흐의 음악이 들리자, 욕을 하고 음악이 나오는 장치를 망가뜨리며 라틴어, 중국어, 독일어로 김범신과 논쟁한다. 구마 의식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야 하기에 그는 계속 악마에게 질문한다. 언제 어디서 왜 이곳으로 왔는지, 언제까지 있을 것인지, 영신의 몸속에 있는 사령들의 수장이 누구인지 물으며 악마의 정체를 이미 안다고 겁박한다. 악마는 질문에 대답하기도 하고 인간들을 업신여기는 말을 하기도 한다. 또한 영신이 자신을 붙잡고 있다고, 더 안전한 남성의 몸을 원한다고 소리를 지른다. 결국 몇 마리의 사령들이 튀어나오고 이 과정에서 방어선인 소금 선이 녹아 지워진다. 이에 악마에게 존재를 들킨 최준호는 김범신이 영신의 목을 조르는 환영을 보고 김범신을 공격한다. 곧 정신을 차렸지만, 김범신은 악마의 공격으로 기절하고 최준호는 혼란에 빠져 도망친다.
이윽고 최준호는 어린 시절 자신과 여동생의 환영을 보고 각성하며 용기를 내어 구마 현장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준호도 소금 선 너머가 아닌 김범신의 옆에서 함께 구마를 한다. 결국 '마르베스'라는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고 구마를 통해 악마를 돼지의 몸으로 옮긴다. 악마가 빠져나오자, 영신은 심정지 상태가 되고 김범신은 영신을 붙잡고 울부짖는다. 이때 피범벅이 된 영신을 본 부모의 신고로 온 경찰이 살인사건으로 오해하고, 최준호는 돼지를 안고 그들을 따돌린다. 악마는 최준호를 죽이려 계속 사고를 내지만 그는 결국 택시를 타고 한강까지 가 뛰어내리는 데 성공한다. 이에 경찰에 붙잡혀가던 김범신의 팔 괴사 증상이 사라지고 사망해 실려 가던 영신도 손가락을 움직이며 살아난다. 최준호는 무사히 헤엄쳐 물에서 빠져나오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검은 사제들'에 대한 평가와 흥행
특색 있는 장르인 만큼 호평과 혹평을 다양하게 받았다. 가톨릭과 퇴마의식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로 주목을 받았고 관객들의 의견은 대체로 호평이 많았다. 장르 특성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은데 나름대로 완성도 있게 잘 짜였다는 의견이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칭찬을 받았다. 뛰어난 연기로 영신역의 박소담은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반면 영화의 짧은 상영시간으로 등장인물과 그들 간의 관계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용에 완벽히 공감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은 이후로 개봉한 같은 장르의 영화들이 기대에 못 미쳐 오히려 점점 더 평가가 좋아지고 심심치 않게 회자하고 있다. 검은 수녀들의 개봉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검은 사제들은 개봉 직후 예매율 1위를 달성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또한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이후로도 지속적인 인기를 끌어 최종적으로 약 544만 명의 관객이 검은 사제들을 관람했다.